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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21세기 대군부인 폐기 청원 - 즉위식 한 장면이 4일 만에 국회로 간 길

2026-05-27 · 읽는 시간 13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폐기 국민동의청원 5만 돌파 보도 그래픽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종영한 지 열흘 만에 폐기 청원이 국회로 갔다. 2026년 5월 22일 등록된 국민동의청원이 4일 만에 동의자 5만 명을 넘기면서 국회 상임위원회로 자동 회부된 것이다.

발단은 종영을 하루 앞둔 5월 15일 방영분 — 주인공 즉위식 장면의 면류관과 구호가 "황제국이 아니라 중국 제후국 양식"이라는 비판이 SNS를 통해 빠르게 번졌다. 종영 직후 제작진과 주연 배우들이 잇따라 사과했지만, 시청자 측은 사과를 넘어 "삭제·환수·제재"를 요구하는 단계로 옮겨갔다.

이 글은 누가 어떤 장면을 두고 왜 문제 삼았는지, 5년 전 「조선구마사」 사태와 무엇이 같고 다른지, 그리고 국회로 간 5만 청원의 실질 무게가 어디까지인지를 차분히 정리한다.

4일 만에 5만 명 — 무슨 일이 있었나


청원의 제목은 매체별 표기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골자는 같다. "'21세기 대군부인' 방영 중단 및 폐기 요청에 관한 청원"이 이데일리·헤럴드경제 등이 인용한 공식 표기에 가깝다. 청원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은 개인 청원이다.

요구사항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 방영 중단
  • 국내외 다시보기·OTT에서 콘텐츠 전면 삭제·폐기
  • 제작사 영구 퇴출

종영(5월 16일) 후의 청원이라 "방영 중단"은 사실상 의미를 잃었고, 실질 무게는 2·3번에 실렸다. 청원 본문은 "사후 오디오와 자막 수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사후 처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일자누적 동의
5월 23일 (2일째)약 2만 명
5월 24일 (3일째)약 3만 명
5월 25일 (4일째)약 4만 명
5월 26일 (5일째)51,720명 — 5만 돌파

5월 26일 5만 명을 넘기면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절차상 자동 접수 요건을 충족했고, 매체들은 소관 상임위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전망하고 있다. 단, 회부 확정 발표는 본 글 작성 시점에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11회 즉위식, 무엇이 문제였나


논란의 중심은 5월 15일 방영된 11회의 즉위식 장면이다. 작품 속에서 변우석이 분한 인물(이안대군)이 황위에 오르는 장면에서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지적됐다.

첫째는 면류관. 군주의 격에 따라 보석을 꿴 줄(류·旒)의 개수가 다르다. 황제(자주국)는 12줄짜리 십이류면관, 황제의 신하인 제후국 군주는 9줄짜리 구류면류관을 쓰는 것이 동아시아 의례의 오랜 약속이었다. 작중 즉위식에서는 9줄짜리 구류면류관이 등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둘째는 구호. 황제에게는 "만세", 제후에게는 "천세 천세 천천세"를 외친다. 즉위식 장면에서는 "대한민국 천세"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으로 스포츠브이뉴스·뉴시스 등이 보도했다.

구분자주국(황제)제후국11회 즉위식
면류관 류 수12줄 (십이류면관)9줄 (구류면류관)9줄 구류면류관
즉위 구호"만세 만세 만만세""천세 천세 천천세""대한민국 천세"
황제국황제의 신하국제후국 양식

여기에 중국식 다도·복식·어휘가 다수 반영됐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작품이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비판을 키운 핵심이다 — 가상의 대한민국이 사실상 중국 제후국이라는 상징을 자연스럽게 깔았다는 것.

청원 본문은 작품이 "중국식 복식, 예법, 어휘를 무분별하게 차용해 명백한 문화 공정 및 역사 왜곡을 자행"했으며 "이웃 국가의 역사 수정주의(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한다"고 적고 있다. 이 표현은 청원 측과 일부 매체의 주장으로, 한중 외교의 민감 이슈인 만큼 본 글에서는 청원 측 입장으로 명시 인용해둔다.

사과와 사후 조치 — 종영 후 열하루의 타임라인


논란이 SNS에서 번진 5월 15일부터 청원이 국회로 간 5월 26일까지, 사과와 후속 조치는 비교적 빠르게 이어졌다.

일자사건
2026.5.1511회 즉위식 장면 방영. SNS에서 즉시 논란 확산
2026.5.1612회 종영. 제작진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한마디'에 입장문
2026.5.18아이유·변우석 인스타그램 사과문 게시
2026.5.19박준화 감독, 유지원 작가 사과
2026.5.22국민동의청원 등록. VOD·Wavve·디즈니+ 국내판에서 '천세' 음성 삭제 시작
2026.5.23팝업스토어 상품 판매 조기 종료
2026.5.25팝업스토어 전시까지 조기 종료 (당초 5.28 → 5.25)
2026.5.26청원 5만 돌파, 국회 회부

제작진은 입장문에서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변화해 온 과정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적었다 (경향신문). 아이유는 인스타그램에 "스스로가 부끄럽다, 배우로서 대본을 더 세심히 살폈어야 했다"고 게시했다 (뉴시스·파이낸셜뉴스).

아이유(@dlwlrma) 인스타그램 — 5월 18일 사과 게시물

변우석(@byeonwooseok) 인스타그램 — 5월 18일 사과 게시물

다만 시청자 측 반응은 사과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사과 다음 단계인 영구 삭제·환수·제재 요구 쪽으로 이동했다. 청원 등록 시점이 사과가 모두 나온 5월 22일이라는 점이 그 흐름을 보여준다.

「조선구마사」(2021)와 무엇이 같고 다른가


비슷한 종류의 역사 고증 논란으로는 2021년 SBS 「조선구마사」가 자주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둘 다 시청자 집단행동이 제작·송출 시스템을 직접 압박한 사례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들이 있다.

항목조선구마사 (2021)21세기 대군부인 (2026)
방송사SBSMBC
방영 시기2021.3.22~232026년 봄
회차2회 방영 후 편성 취소12회 완주 후 청원
청원 규모1일 청와대 청원 7만+, 'SBS 재허가 취소' 청원 약 10만4일 국회 청원 5만
광고주 대응전 광고주 손절광고 완판 후 종영 — 광고주 압박 효과 제한적
결과2회 방영 후 SBS 편성 취소 + 전 회차 폐기종영 완료, 콘텐츠 삭제·환수·제재 압박 진행 중
청원 시스템청와대 국민청원 (행정부, 강제력 없음)국회 국민동의청원 (입법부, 5만 → 상임위 자동 회부)

핵심 차이는 두 가지다.

첫째, 타이밍. 조선구마사는 방영 중 2회 만에 폐지되면서 콘텐츠 자체가 시장에 남지 않았다. 대군부인은 종영 후 청원이 시작돼 콘텐츠가 이미 글로벌 OTT를 통해 유통된 상태에서 사후 회수가 쟁점이 됐다. 그래서 청원 요구도 방영 중단(이미 의미 없음)이 아니라 "전면 삭제·영구 퇴출" 쪽으로 옮겨갔다.

둘째, 청원 시스템의 위상. 청와대 국민청원은 2022년 폐지된 행정부 자율 운영 창구로, 일정 동의 수를 넘으면 정부 답변 의무가 있었을 뿐 입법적 효력은 없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입법부 절차의 일부로, 5만 명 동의 시 자동으로 소관 상임위에 회부되는 강제 조항이 있다. 형식상으로는 "더 무거운" 자리에 청원이 올라간 셈이다.

다만 형식과 실질은 다르다 — 다음 섹션에서 그 간극을 짚는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5만의 진짜 의미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2020년부터 본격 운영 중인 입법부 청원 창구다. 절차는 다음 네 단계로 정리된다.

  • 청원서 등록
  • 등록 후 30일 이내 100명 찬성 → 일반 공개
  • 공개 후 30일 이내 5만 명 동의 → 국회 자동 접수 + 소관 상임위원회 자동 회부
  • 상임위원회 → 청원심사소위원회 심사 → 본회의 부의 또는 폐기

대군부인 청원은 4단계 진입 — "회부 + 심사 대상"이 된 단계다. 형식적으로는 입법 절차에 올라간 셈이지만, 통계는 그 의미를 신중히 보게 만든다.

한 시민단체의 21대 국회 청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만 명 동의를 충족해 접수된 청원의 약 90%가 임기 종료까지 계류된 것으로 집계됐다. "5만 명 동의 받으면 뭐하나"라는 비판이 매체 사이에서 반복돼 나오는 이유다.

요약하면 — 5만 돌파와 상임위 회부는 청원이 시민 의제에서 의회 의제로 넘어갔음을 뜻하지만, 입법·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별개다. 이번 청원이 21대 국회 90% 계류 통계를 깰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콘텐츠 지원금 20억, 환수될 수 있나


「21세기 대군부인」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OTT 특화 콘텐츠 제작지원(IP 확보형)' 2025년 선정작으로, 22:1 경쟁률을 뚫고 최대 20억 원의 지원을 받았다 (아시아경제). 청원·여론 압박이 거세지면서 콘진원의 지원금 환수 여부가 산업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콘진원 측은 5월 21일 시점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어떤 규정에 맞춰야 할지 전체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었다. 콘텐츠지원사업관리규칙 55조는 결과평가 불합격 시 30일 이내 지원금 전액 + 이자 반환을 규정하지만, 머니투데이는 "역사 왜곡을 이유로 지원금이 반환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환수 결정이 실제로 나면 한국 콘텐츠 지원 역사상 첫 사례가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콘진원 제작비 지원에 대한 감독 요청 민원에 조사 착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헤럴드경제가 전했다. 다만 검토·조사 착수와 실제 환수 결정은 별개의 단계다.

회수의 또 다른 변수는 유통 채널이다. 작품은 디즈니+에 글로벌 송출됐고, 매체들에 따르면 디즈니+ 역대 최다 시청 한국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판 VOD·Wavve·디즈니+ 국내판에서는 '천세' 음성 삭제가 진행 중이지만, 해외판은 처리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OTT의 분산 송출 구조 탓에 사후 음성·자막 수정의 적용 범위가 채널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청원 측 주장인 "사후 수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근거가 된다.

K-콘텐츠 시청자, "사과" 다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선구마사 사태(2021)와 이번 사건을 같이 놓고 보면, 한국 시청자의 집단행동이 단계별로 진화해온 흐름이 보인다.

  • 2021년 조선구마사: 광고주 손절 → 청와대 청원 → 방영 중 편성 취소
  • 2026년 21세기 대군부인: 사과 → 사후 음성·자막 수정 → 팝업스토어 조기 종료 → 국회 청원·콘진원 환수·디즈니+ 글로벌 회수 요구

광고는 마지막 회차까지 완판된 뒤 종영했다는 점에서 광고주 압박이라는 카드는 이번에 잘 작동하지 않았다. 대신 팝업스토어 조기 종료(상품 판매 5.23 종료, 전시 5.25 종료), 사후 음성 삭제, 국회 청원 같은 다른 경로가 활성화됐다.

시청자 측이 사과·하차 단계를 넘어 영구 삭제·지원금 환수·제재를 요구하는 단계로 이동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구조 변화다. 글로벌 OTT가 K-콘텐츠의 기본 유통 채널이 된 시대, 사후 회수가 어렵다는 점이 그 변화를 만들었다.

정리하면


「21세기 대군부인」 폐기 청원은 등록 4일 만에 5만 명을 넘겨 국회로 갔다. 사실관계는 명료하다 — 11회 즉위식의 면류관·구호가 황제국이 아닌 제후국 양식이었다는 지적, 종영 후 잇따른 사과, 사후 음성 삭제, 그리고 청원의 국회 자동 회부.

다만 결론은 아직 열려 있다. 5만 동의는 의미 있는 시작이지만 21대 국회 5만 청원의 약 90%가 임기 종료까지 계류됐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회부가 곧 입법·환수·삭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네 가지다.

  •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실제 심사 일정과 의원 발언
  • 콘진원의 환수 결정 — "역사왜곡 이유 환수 0건"의 벽이 깨질지
  • MBC와 디즈니+ 글로벌판의 즉위식 장면 처리
  • 21대 국회 90% 계류 통계를 이 청원이 깰지

K-콘텐츠가 글로벌 OTT를 기본 채널로 삼는 시대에, 한국 시청자가 사후 회수까지 요구할 수 있는 도구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된다.

참고


청원·국회 회부

역사고증·즉위식 장면

사과·타임라인

산업·콘진원 지원금

조선구마사 비교

국민동의청원 제도